폰테크 불법 대만의 재생에너지 확대, 온전한 미래의 에너지를 향해[핵 없는 아시아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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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본다면, 탈핵부터
아시아 최초의 탈핵 국가인 대만은 부족한 기반 기술에도 아시아의 해상풍력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이며 에너지 집약산업인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TSMC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중적 위상은 대만의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탈핵을 넘어 산업경쟁력과 미래성장 동력까지 아우르는 전략임을 보여준다.
최근 원전 기술 보유국들은 기후 위기 및 AI 기술 대응을 명분으로 핵에너지 회귀를 외치고 있다. 핵발전은 안전성 문제, 사용후연료 처리의 불확실성 외에도 재생에너지 투자 저해, 유연한 전력망 구축 지연 등 근본적 한계를 지닌다. 안전성 강화를 위한 기술 진보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중앙집중형 핵발전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분산형 시스템 도입을 늦춘다. 핵발전을 점점 더 빨리 저렴해지는 재생에너지를 등지고, 굳이 갈수록 비싸지는 에너지원을 일부러 쓰는 일이다. 기후 위기 시대의 에너지라고 하기엔 핵발전은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에 치명적이며,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는 해양을 덥힌다. 대만의 탈핵 성공은 이러한 장애물을 넘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로의 명확한 청사진
대만은 탈핵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올해 말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태양광 발전을 20GW, 해상풍력 발전을 5.7GW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대만은 지역별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다. 일조량이 많은 남부에는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고, 얕은 수심의 대만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는 풍력발전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재생에너지 산업기반이 부족함에도 ‘미래의 시장’이라고 판단해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관련 기술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신흥 해상풍력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재생에너지 시장을 구축해 해외 기업과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국가적 산업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TSMC와 PSMC 등 대표적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도 대규모 해상풍력 및 태양광 단지를 따라 지역별 지부와 공장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지방의 일자리와 경제를 창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마주한 과제
에너지 다소비 산업 중심의 대만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공급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와 스마트그리드 구축, 가스·수력 발전 활용, 수요반응(DR) 프로그램 등 종합적 접근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열린 NNAF(반핵아시아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대만 재생에너지 진흥연합(Taiwan Renewable Energy Alliance)은 “전력 다소비 기업의 책임 강화” 슬로건 아래 단계별로 구체화한 재생에너지 입법 과정을 발표했다. 연합은 시민들의 재인식 교육, 전력 공급이 어려운 원주민 거주 지역에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기업 자선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시민이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주체가 아니라 에너지원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입법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대만이 앞장서고,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길
대만의 탈핵은 단순한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다. 핵발전의 위험과 폐해를 희석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에도, 대만의 결단과 실행력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결론적으로 대만의 탈핵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지역사회를 배려한 장기적인 전략, 그리고 시민 참여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성과다. 탈핵을 시작으로 한 대만의 에너지 전환 행보를 주목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함께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검정과 흰색 양말이 ‘기본값’이던 시대는 지났다. 바지 끝단에서 고개를 든 양말은 지금, 옷장 속 가장 실험적인 존재가 됐다.
요즘 세대에게 양말은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OOTD’(오늘의 착장)를 올리며 ‘#양말스타그램’ 해시태그로 힙한 디자인의 양말을 강조한 데일리룩을 과시한다. 양말 코디법을 다루는 패션 콘텐츠 역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한때 신발과 바짓단 속에 숨겨져 땀 흡수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양말이 이제는 스타일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패션 아이템으로 격상된 것이다.
얼마 전 유명 의류 브랜드가 개최한 2025 F/W 패션위크 현장에서도 양말은 ‘신스틸러’였다. 발렌티노, 샤넬 등은 스팽글·니트·시스루 양말을 구두와 과감하게 매치하며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국내외 스타들도 크리스털 장식이나 네온 컬러 양말로 개성을 드러내며 ‘발끝 패션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양말 시장은 2030년 약 83억700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소모품을 넘어 패션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로 올라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국내에서도 양말 전문 브랜드들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히그’ ‘굿마더신드롬’ ‘세컨 팔레트’ ‘아이헤이트먼데이’ ‘삭스어필’ 등은 각기 고급스러움, 컬러 감각, 위트 있는 디자인 등으로 주목받는 브랜드다.
유통 환경 역시 변했다. 한때 마트에서 5개 묶음으로 판매되던 양말은 이제 온·오프라인의 단독 상품이 됐다. 29CM, 지그재그 등 온라인 플랫폼에는 양말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스토어가 입점했고, 오프라인 편집숍에서도 차별화된 양말 쇼핑 경험을 제안한다. 서울 종로구 서촌의 ‘삭스타즈’는 감성적이고 개성 넘치는 양말 컬렉션으로, 연희동의 ‘더블실린더 삭스샵’은 소재와 색감을 계절별로 큐레이팅해 양말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선경 패션 MD는 “큰 지출 없이도 확실한 포인트를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물가 시대 양말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켰다”며 “패션에 대한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양말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치이자 스타일링 실험 도구”라 분석했다.
길고 짧음은 세대 차이?
나아가 양말은 세대 감수성을 가르는 지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세대 간 양말 선호도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팟캐스터 피비 파슨스가 “발목 양말은 나이를 알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하며 SNS상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취재한 기사였다. 피비는 “Z세대는 발목을 덮는 길이의 양말을 즐겨 신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발목까지 또는 그보다 아래 길이의 양말을 신는다”고 했다.
세대별로 갈리는 취향은 양말이 소모품을 넘어 시대의 미감과 감각을 입은 패션 언어로 진화해온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양말은 신발 속에 숨겨야 할 존재였다. 눈에 띄지 않는 흰색 양말이 미덕으로 여겨졌고, 맥시스커트나 플랫 슈즈 같은 아이템들이 유행하며 양말은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거나 드러내는 것이 어색한 존재로 취급됐다. 발목 양말도 마찬가지였다. 디자인에 소소한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신발 안에 감춰지는 것이 전제였다.
스트리트 패션과 애슬레저가 유행하면서 양말은 서서히 ‘숨기는 것’에서 ‘드러내는 것’으로 변모했다. 2010년 이후 중목 양말은 스니커즈나 샌들과 함께 어울리며 독립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들어간 흰색 스포츠 양말, 강렬한 색채와 패턴의 양말도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호불호가 엇갈리는 ‘양말+슬리퍼’의 조합은 해외 셀럽들과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즐겨 선보이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2020년대의 양말은 주체적인 패션 언어이자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크루삭스, 하이삭스, 앵클삭스처럼 길이와 소재, 무늬에 따라 변주를 주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특히 펌프스에 흰 양말, 샌들이나 슬리퍼에 반투명 양말과 같이 과거에는 ‘촌스러움’으로 인식되던 스타일이 복고적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감각적인 스타일’로 재조명되고 있다.
김해린 패션 칼럼니스트는 “양말은 하의 실종 룩이나 젠더리스 스타일처럼 기존 패션 문법을 재해석하는 장면에서 더 자주, 더 과감하게 등장할 것”이라며 “양말 한 켤레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흰 양말에 로퍼, 그다음은?
<아무튼, 양말>의 구달 작가는 “나의 계절은 언제나 발목부터 온다. 어린이날 즈음 개시하는 첫 냉면처럼, 코끝이 시리다 싶을 때 길거리에서 마주친 반가운 붕어빵처럼, 새 계절을 맞으며 제철 양말을 선보이는 일은 늘 즐겁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여름을 빛낼 ‘제철 양말’은 무엇일까.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여름에도 긴 양말을 신거나 샌들 위 양말을 신는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시스루, 레이스, 니트 등 다양한 소재의 장목 양말 거래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일링에 활기를 더하고 싶다면 다음 양말 코디법에 주목해보자. 단정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무채색 옷차림에 원색 장목 양말을 매치하거나 깔끔한 운동화에는 레터링 양말을 신는 것을 추천한다. 단정한 구두에는 스트라이프 양말을, 플랫 슈즈에는 레이스 양말을 더하면 고풍스러우면서도 유쾌한 포인트가 된다.
과감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양말과 신발 색을 일부러 어긋나게 매치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회색 운동화에 오렌지 양말, 민트색 양말에 브라운 로퍼처럼 겉보기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들이 의외의 시너지를 낸다.
양말 연출법의 열쇠는 ‘완벽한 조화’가 아니라 ‘느슨한 어긋남’이다. 양말 한 켤레가 만들어내는 작은 차이가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개성 표현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여름은 전체 스타일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 같은 발끝 반란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파스타에 유난스럽기로 이탈리아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밀인지 따질 뿐 아니라 전 공정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풍미와 식감 구현에 집착한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파스타 브랜드 ‘만치니’(Mancini)는 수많은 파스타 브랜드 중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실천하는 브랜드다. 직접 재배한 포도로 빚은 와인, 키우는 소의 젖을 짜서 만든 치즈와 버터는 많지만 자신의 밭에서 경작한 밀로 파스타까지 생산하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만치니가 유일하다. 깊고 고소한 풍미와 탱탱한 식감을 가진 데다 소스를 면 속으로 이물감 없이 흡수하는 특성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도 많은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만치니 파스타를 사용한다.
만치니파스타를 이끌고 있는 마시모 만치니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주요 호텔 관계자, 셰프들과 가진 테이스팅 디너에서 그는 “밀의 종자 선정부터 면을 뽑아내 저온 건조하는 과정까지 본질에 충실한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치니 농장이 있는 마르케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밀 농사로 유명한 이탈리아 중부 지역이다. 할아버지 대부터 그에 이르기까지 3대에 이어 1200㏊ 규모의 경지에서 듀럼 밀을 재배한다. 통상적으로 밀 농가들은 대형 파스타 회사에 밀을 판매하지만 대학에서 농경제학을 공부하고 시장 경험을 쌓은 그는 대량생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파스타 생산방식을 극복하고 싶어 직접 제조에 나서게 됐다. 그가 차별화로 내세운 것은 블렌딩과 성형, 저온 건조 방식이다. 듀럼 밀 중에서도 특히 맛있는 품종 4가지를 선별해 블렌딩한 뒤 청동 압출틀(트라필라)을 사용해 면을 뽑아낸다. 청동 압출틀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테플론 재질에 비해 비싸고 수명이 짧지만 파스타의 표면을 거칠게 만들고 다공성을 높인다. 이는 파스타가 소스를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고품질의 파스타를 만드는 제조업체들이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요소이기도 하다. 마시모 만치니는 “100℃에서 3~4시간 건조하는 다른 파스타와 달리 46℃에서 48시간가량을 건조해 풍미와 식감이 잘 유지되도록 한다”면서 “자연히 생산량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안내에 따라 파스타 비교 테이스팅도 이뤄졌다. 만치니 스파게티 건면은 다른 유명 브랜드 제품에 비해 표면이 확연히 거칠었다. 삶은 스파게티에 올리브 오일로만 간을 한 뒤 맛을 봤다. 표면이 매끈한 면은 오일과 면이 살짝 겉도는 느낌이라면 거친 질감을 가진 면은 오일을 넣어 반죽한 것처럼 어우러지는 균형감이 좋았다.
마시모 만치니는 “4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소비자들이 파스타 면보다는 소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은데 이번에 보니 취향과 관심의 변화가 뚜렷하게 느껴진다”면서 “파스타 자체가 가진 풍미와 식감을 한국 소비자들이 더 다양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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